
베스 조크(Beth Zorc)님, 따뜻한 소개 말씀 감사합니다. 또한 국제 은행 협회(Institute of International Bankers, 이하 IIB)의 연례 워싱턴 컨퍼런스에서 연설할 기회를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이번 컨퍼런스는 트럼프 대통령(Trump) 취임 후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개최되었기에, 새 행정부의 리더십과 더욱 긴밀히 협력할 기회를 제공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 연방예금보험공사(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 FDIC)의 트래비스 힐(Travis Hill) 부위원장, 통화감독청(Office of the Comptroller of the Currency, OCC)의 로드니 후드(Rodney Hood) 위원장 등 여러 미국 금융 규제 당국 관계자들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또한,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House Financial Services Committee)의 프렌치 힐(French Hill) 위원장과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이 행사에서 연설한 것은 2023년으로, 당시 저는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위원(commissioner)으로서 증권 시장 규제에 대한 저의 철학을 공유한 바 있습니다. 저는 효율적인 자본 형성이 국가 경제에 큰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미국 정부 역시 자본 시장을 활용하여 미 국채(U.S. Treasury securities)를 발행하고 재정 적자를 조달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미국 국채 시장의 거래, 청산 및 기타 주요 고려 사항들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다만, 본 발언은 제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며, 증권거래위원회 전체나 다른 위원들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님을 미리 밝혀둡니다.
미국 국채 시장의 중요성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채권을 발행하는 국가 중 하나이며, 특히 미 국채 시장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미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깊고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으로,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투자 수단이자 담보 역할을 하며, 시장 불안 시에는 안전 자산(safe haven)으로도 활용됩니다. 또한, 미 국채 금리는 다양한 금융 자산의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벤치마크 역할을 합니다.
미국 국채는 오랜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투자처였습니다. 사실,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미 국채’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 정부의 채권을 매입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1803년 당시 미국 정부가 발행한 연방 부채와 제1연방은행(First Bank of the United States) 주식의 절반 이상이 유럽 투자자들의 손에 있었습니다. 이후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미국은 세계 최대 채권국(creditor nation)으로 부상했습니다. 브레튼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하에서 미 달러가 기축통화로 자리 잡으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 국채 보유량이 급증했습니다.
1980~1990년대에는 일본과 유럽 국가들이 미 국채를 대거 매입하며 미국 국채 시장의 주요 투자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3년 6월 기준, 시장에서 유통되는 미 국채 중 약 3분의 1이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으며, 주요 보유국으로는 일본, 중국, 영국 등이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외국 투자자들 중 민간 부문의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 국채 보유량 중 민간 부문의 비중이 약 3분의 1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증권거래위원회의 역할 및 규제 개선 필요성
SEC는 미 국채 시장에서 활동하는 일부 기관 및 시장 인프라를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다만, SEC는 단독으로 규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규제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재무부(U.S. Treasury),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상품선물거래위원회(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 CFTC), 뉴욕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 등이 참여하는 재무부 시장 감시를 위한 기관 간 실무 그룹(Inter-Agency Working Group for Treasury Market Surveillance, IAWG)을 통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SEC의 기본 임무는 투자자 보호, 공정하고 질서 있는 시장 유지, 자본 형성 촉진입니다. 이를 위해, SEC는 미 국채가 거래되는 온쇼어(미국 내) 거래소와 청산 기관을 감독하며, 미 국채를 보유한 기관들이 순자본(net capital)과 유동성(liquidity) 요건을 충족하도록 규제합니다.
오늘 저는 미 국채 시장의 효율성과 회복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SEC가 다른 금융 규제 기관들과 협력할 수 있는 세 가지 핵심 분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 거래소(Trading Venues) 규제 개선
현재 미 국채 거래의 상당 부분은 대체거래시스템(Alternative Trading System, ATS)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ATS는 증권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결하는 전자거래 플랫폼이지만, 특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공식적인 증권거래소로 등록하지 않아도 됩니다.
SEC는 1998년 규제 ATS(Regulation ATS)를 도입하면서, 국채만을 거래하는 ATS는 증권거래소로 등록하지 않아도 되도록 예외를 두었습니다. 당시 SEC는 국채 시장이 이미 다른 규제 기관들의 감독을 받고 있으므로 별도의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시장 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국채 거래를 담당하는 ATS의 역할과 기능이 증권거래소와 유사해졌습니다.
2020년 SEC는 ATS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새로운 규정을 제안했지만, 이후 2022년 개정안에서는 미 국채 ATS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거래소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저는 SEC가 국채 시장 규제와 암호화폐 시장 규제를 결부시킨 것이 잘못된 방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저는 SEC 직원들에게 국채 ATS에 대한 규제 개정안을 다시 검토할 것과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 청산(Clearing) 시스템 개편
미 국채 시장에서 거래된 국채는 기존에는 양자 청산(bilateral clearing) 방식으로 처리되었습니다. 하지만 금융시장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SEC는 2023년 12월부터 중앙청산(central clearing) 방식을 확대 적용하는 규정을 도입했습니다. 다만,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SEC는 국채 현물 거래의 중앙청산 기한을 2026년 말까지, 레포(repo) 거래의 중앙청산 기한을 2027년 6월까지 연장했습니다.
● 국제 규제 협력 강화
마지막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미 국채의 역할이 커지는 만큼, SEC는 해외 규제 기관들과 더욱 긴밀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제 금융기관 및 투자자 여러분과의 협력이 미국 자본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